바로 지금, 무엇이든 시작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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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국,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이- 거듭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몇 가지의 간단한 항복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실로 그래서 기적이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이 휴일이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

자발적인 무직 상태를 선언하고 “인생의 모든 날이 휴일”이란 말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시간의 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데 ‘시간이 많아졌다’는 표현을 쓰게 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앞으로 그래서 어떻게 시간을 쓰고 싶은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치 사춘기 시절 1차적으로 자아를 발견하게 되었던 느낌과 비슷하게 생각의 변화를 한번 더 거쳤던 것 같다.

자발적으로 방황 중인 당신에게

‘나다움’을 찾아서 –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 어디선가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어렸을 때의 나는 20대가 되면 무엇이든 될 줄 알았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와 똑같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몸 만 크고 나이만 든 것 같아. 어렸을 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 나는 이 댓글을 읽고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찡했다. 미안할 필요 없다고 위로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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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기로 마음먹기 전까지 여러 가지 영향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약 두 달 전, 친구와 함께 떠났던 코타키나발루에서 읽은 이 책의 영향이 컸다. 아직 한국에는 번역이 되지 않았지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를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 작가의 신작 <Big Magic>이란 책이다.

재미있어서 읽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Big Magic>

이 책에서는 Creative Living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모든 사람 속에는 보물이 감춰져 있다.
그 보물을 찾아 나서고, 어떤 모습인지 발견하는 것 – 이것이 곧 크리에이티브 리빙이다.

꼭 예술가가 되라는 게 아니라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에 대하여, 나도 잘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내 안에 숨겨진 잠재력을 조금 더 충만하게 체현하는 것에 대해 작가 특유의 유머와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얘기해준다.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책에서는 반복해서 묻는다.

당신 안에 감춰진 보물을 찾아내고 실현할 용기가 있나요?
그 일은 당신이 ‘예’라고 대답하길 원하고 있을 거예요.


두려움을 자각하다

여유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내 안에 있던 ‘두려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점이다.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보는 사람

– 겁이 없는 편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그건 내 생각만큼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하는 생각들의 상당한 부분이 사실은 ‘두려움’이란걸 깨달았고, 그건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에 반하는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 에이, 내가 뭐라고 그 일을 하겠어. 아직 부족한 게 많잖아 그 분야에 전문가도 아니고.
– 아이디어가 있긴 한데… 아직 완벽하지 않은걸. 어디에 내다보이기엔 창피한 수준이야.
– 내가 이렇게 하면 남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가족들도 걱정하지 않겠어?

– 그냥 하지 말까?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에는 신나게 메모를 하다가도 이후에는 자꾸만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올랐다. 일을 시작하기 앞서 자꾸만 ‘그 일을 내가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았다. 그냥 해보면 되는 것을 겁부터 내고 시도해보기도 전에 움츠러들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게 몸을 사리는 게, 나서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게 좋은 거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자신감과는 거리가 먼 이런 생각들이 ‘두려움’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사실은 일종의 두려움이란 걸 깨닫고 꽤나 놀랐다.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이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느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모하지도 도전적이지도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꽤 즉흥적이고 도전적인 면이 있어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 경험이 쌓인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스스로 설정해둔 안전지대 밖으로는 잘 나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두려움’이란걸 깨닫게 되자 행동하는 게 조금 더 쉬워졌다. 내가 진정 그렇게 모험이 하고 싶은 거라면, 내가 발견한 두려움은 그저 극복하면 되는 것이었다.


찡찡이 vs. 간달프

인간에게는 크게 두 가지 생각이 있다고 한다.

1) 반복적인 생각 – 디폴트 모드로 우리가 컨트롤하지 않는 반복되는 생각들. ‘점심 뭐 먹지?’와 같이 단순한 생각도 있지만 ‘나는 왜 결정을 못할까’, ‘아까 이렇게 해볼걸’ 등 주로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나는 상태. 계속해서 나와 남에 대해 판단을 하거나 후회를 하고, 결론 없이 반복적으로 같은 질문을 해 정신적으로 지치게 된다.

2) 영감을 주는 생각 – 인사이트가 떠오르는 순간. 이해가 가지 않던 것들이 명확해지고, 생각의 퀄리티가 조금 다르다고 느껴질 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 ‘나’ 자신과 현재에 몰입하게 되는 순간. 자주 오지는 않는다(그러나 트레이닝을 통해 횟수를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

인간이 하는 생각의 80%가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이 이유에는 진화론적 설명이 있는데 수렵채집을 해야 했던 원시시대부터 부정적인 생각이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더 높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사는 사회는 동굴 밖을 나가면 무엇이 있을지, 오늘 사냥을 나서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을지, 내가 채집하는 식물에 독이 있을지 걱정해야 했던 시대와는 다르다. 옛날만큼 부정적인 생각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사실이며, 문명의 발전 속도와 진화의 속도에 분명한 gap이 존재한다.

최근에 명상과 ‘마인드풀니스(“마음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계발되는 자각”)’에 관심이 생겨 관련 영상을 보던 도중에 나왔던 내용인데, 여기서는 이 두 가지 생각을 이미지화시켜보라고 주문한다. 디폴트 모드의 반복적인 생각은 chatty dude(말 많은 친구)라고 부르고, 영감을 주는 생각은 wise dude라고 부른다.

나는 내가 가진 두 가지 생각을 이미지화시키는 과정에서 chatty dude와 wisde dude에 걸맞은 사람의 이미지 대신 찡찡이와 간달프가 떠올랐다. ㅋㅋ

찡찡이는 수다쟁이다. 찡찡이는 그게 왜 나쁜 아이디어인지, 당신이 왜 그 일을 하면 안 되는지를 끊임없이 얘기한다. 정말 필요할 때는 우리가 스스로를 해칠 만큼 너무 무모한 짓은 하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불평불만도 많고 걱정도 많고 우유부단하다. (찡찡아 미안)

간달프는 별로 말도 안 하고 침착하게 앉아 있지만 간달프에게 귀를 기울여주면 전구에 불이 켜지는 듯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생각이 더 명확해지면서 조금은 더 침착하게 나 자신과 평화를 이루게 되고, 안 하던 일을 해보게 만든다거나 나에 대한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주는 등 가끔 마법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영상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거다. 선택의 기점에서 누구의 얘기를 더 주의 깊게 들을 것인가?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할 것인가 미지의 영역으로 모험을 떠나볼 것인가? 어떤 생각에 더 집중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달려 있다.

* 아, 물론 찡찡이를 우습게 보거나 완전히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면 찡찡이 삐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에도 분명 장점이 존재하니까, 내가 가진 잠재력에 조금 더 충실하기 위해 너무 부정적인 생각으로 기울어지지 않되 또 너무 자만하거나 무모해지지 않게 밸런스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Just Do It!

무엇이든 시작할 권리 – 바로 지금의 힘

이보다 잘 지어진 슬로건이 있을까 다시 한번 감탄하며 ‘Just Do It’이 세 단어가 지닌 의미의 힘을 또 실감한다. 우리가 꿈꾸는 아주 많은 일에는 이 말이 곧 해답이다. Just Do It! 그냥 하면 된다.

내가 그리는 인생을 살기 위해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앞서 ‘졸업장’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이 일을 하기 적합하다는 증거를 찾는다. 그게 졸업장이든, 자격증이든. 사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그렇게 먼저 엄격해진다.

학생 때는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그렇게 공부하고 노력하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실 중 하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누군가의 승인이 있어야만 생각한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이든 시작할 권리는 남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사실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이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닌 이상 사실 내가 뭘 하든 아무도 그렇게까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하하)

당연히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면 걱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모두가 무관심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렇게 걱정하는 것만큼 내가 하는 일을 세세하게 분석해서 판단하고 비난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건 너무나 에너지를 쏫는 일이고 사람들 역시 자기 인생 살기 바쁘다.) 마음속에서 아무리 자신감이 없어지고 걱정이 많아져도 주변의 기대치나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스스로를 먼저 가둘 필요는 없다. 남들 신경 쓰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어차피 당신이 하는 일은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선가 이 문장을 읽고 오히려 용기가 났다. 어차피 완벽하지 않을 테니까 시작하기도 전부터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자.

내가 브런치에 발행한 글들도 100% 만족하는 글은 없다. 어느 정도는 만족하지만. 만약 내가 완벽하지 않을 거란 두려움 때문에 아무런 글도 발행하지 못했다면 브런치를 통해 만나게 된 멋진 사람들도 못 만났을 테고, 글 쓰기에 대한 즐거움을 이렇게까지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사이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 스타일대로 최선을 다하되 7-80% 정도만 만족이 되어도 완벽보다 완성을 우선시할 예정이다. 완벽하려는 욕심 때문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나중에 후회하는 게 더 괴로울 테니까.

돈은 다른 곳에서 벌어도 된다.

말 그대로다. 가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돈이 되지 않을 거란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돈은 다른 곳에서 벌어도 된다. 길버트 작가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전세계적으로 터지기 전까지는 다른 하던 일들을 그만두지 않았다고 한다. 글을 쓰는 일에 돈을 벌어오라는 짐까지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삶의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지금까지 내 경험을 돌이켜봐도, 결과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고 내린 결정보다 그 당시의 순간에 하고 싶어서 한 일들이 미래에도 나에게 좋은 일들을 안겨준 경우가 더 많았다. 예를 들면 그냥 배우고 싶어서 미술과 심리학을 부전공한 게 오히려 마케팅을 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어주었고, 그냥 좋아해서 예전부터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닌 게 우연히 음악 관련된 일들을 계속하게 되면서 시너지를 내주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삶의 계획이 없어도 좋고, 너무 조급할 필요도 없다. 내가 어린 왕자와 더불어 가끔 읽는 동화책 <모모>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 거야.”

나는 이 말이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지금 뭐가 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상태는 아니지만, 오히려 마구마구 달리던 때보다 마음이 편하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느낌이다. 지금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힌트’라 생각하고 순간순간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다 보면 결국 현재에 만족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실용성보다는 즐거움!

같은 맥락에서 모든 것에 있어 의미가 있거나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미술작품에는 꼭 대단한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고 그 작품을 즐기지 않게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자체로 더 즐기게 되고 더 멋지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예술은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것이니까. 순간의 즐거움과 재미 자체를 추구하는 건 인간이 가진 특권이다.

배캠을 듣는데 ‘철수는 오늘’ 코너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철수는 오늘 ‘재미’야 말로 ‘행운’을 부르는 키워드라 생각한다.

이 말 역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행운의 여신은 재미를 쫓는 자들을 좋아한다.


나에게 찾아온 영감의 파트너 되기

<Big Magic>에서는 아이디어를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표현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빅 매직이다.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꽤 마법 같은 일이라서.) 지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들이 떠돌아다니는데 이 아이디어들은 자신과 잘 협력해줄 수 있는 인간을 찾아간다. 꽤 오랜 시간을 붙어있기도 하고, 실현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보면 ‘아! 이거 내가 몇 년 전에 먼저 생각했었어!’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워할 것도, 자랑스러워할 것도 없는 게 비슷한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다. 중요한 건 얼마큼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행동했는가이다.

책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리빙에 대해 크게 6가지 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Courage – Enchantment – Permission – Persistence – Trust – Divinity

두려움 대신 용기를 내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아이디어가 찾아오는 순간), 필요한 건 스스로의 허락과 고집, 그리고 믿음.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만의 신성한 영역(Divinity)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되어 있다.

각 장마다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뉴욕에 사는 90살 할머니 얘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길버트 작가가 25살 때 친구의 친구였던 할머니의 90살 생일파티에 참석한다. (할머니를 소개해준 친구도 20대다. 할머니는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할머니에게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책이 뭐냐고 묻자, 할머니는 하나만 고를 수는 없지만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있다며, 10년 전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빠졌고 이게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90살 된 할머니가 10년 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도 멋지지만, 할머니는 진정한 메소포타미아 덕후가 된다. 10년간 메소포타미아 역사 공부를 하고, 여행을 가도 관련된 곳을 찾아다니며 관련 학자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무언가를 10년 동안 고집스럽게 파다 보면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주제에 있어 이제는 사람들이 할머니를 찾아오게 되었다. 갓 대학교를 졸업했던 길버트 작가는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배움의 시기는 끝이 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스스로가 배움을 멈출 때까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였던 것이다.

잠깐이라도 나이, 성별, 출생, 나의 의무감, 실수 등을 잊게 해줄 뭔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 주제에 있어 그 모든 배경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게 꼰대가 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We must risk delight”

우리는 행복을 주는 것에 조금 더 리스크를 걸 필요가 있다. 덜 중요한 것들에는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나를 기쁘게 하는 것, 행복을 주는 것들에는 오히려 사활을 걸지 않는다.

어차피 모두가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라면,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걸 고르는 게 어떨까. 마치 무슨 드라마 속 비운의 주인공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느니, 조금 더 가볍고 고집스럽게 즐거워하는 마음에 집중해보는 게 어떨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영감inspiration이 찾아오면 당신이 그 아이디어의 노예도 아니고, 마스터도 아니고, 파트너라고 생각해보라.

“그 일은 현실이 되고 싶어 하고, ‘너’로 인해 세상에 나오고 싶어 해.”


이 글의 많은 부분은 <Big Magic> 책을 참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도 이 책이 큰 영감이 되어주었어요. 이 책에서 말하는 크리에이티브 리빙처럼 제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쓰고 싶은 이야기는 꼭 창업자나 아티스트로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그 보다는 스스로 설정해두었던 경계선을 깨고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스스로의 잠재력을 충실하고 고집스럽게 체현중인 사람 또는 브랜드에 대해 쓰고 싶어요.

저의 첫 글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많이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기대해주시는 만큼 내가 뭔가를 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부담감,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요 며칠간은 제 마음속에 찡찡이 얘기를 더 들어줬던 것 같아요 ㅎㅎ 하지만 너무 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습니다 🙂 위에서 얘기했듯이 완벽보다는 완성에 중점을 두고 계속해서 글을 써볼 예정입니다. 아마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이고, 생각보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다음 편에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과 공간에 대해 써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Big Magic> 책은 시간나시면 직접 읽어보세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번역도 하고 싶은 책인데 ㅎㅎ 내용이 쉽고 재미있고 뭔가를 하고 싶게 만들어요.

그럼 긴 글 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조한 책과 영상:

<Big Magic> by Elizabeth Gilbert

<처음 만나는 마음 챙김 명상> by 존 카바짓
<6 Days to Decisiveness> by Andrea Featherstone

자발적으로 방황중인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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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어렸을 때의 나는 20대가 되면 무엇이든 될 줄 알았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와 똑같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몸 만 크고 나이만 든 것 같아. 어렸을 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

나는 이 댓글을 읽고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찡했다. 미안할 필요 없다고 위로하고 싶었다. 30대가 되어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마찬가지인걸. 물론 20대 때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은 확실하지만. 30대에겐 30대 만의 고민이 생기고, 40대에겐 40대 만의 고민이 생기고. 50대, 60대가 되어도 ‘어떻게 살 것인지’ 마찬가지로 고민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렇게 방황하게 되는 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댓글을 쓴 20대에게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괜찮아.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고, 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야!”


자발적으로 방황한다는 건…

나는 자발적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자발적으로 방황한다는 것은 곧 ‘나의 의지’로 지금의 상황보다 더 나은 곳으로, 내가 원하고 꿈꾸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더라도 자발적인 방황은 결국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꿈틀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  J.R.R Tolkien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 작가의 말처럼, 헤매는 자가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남들이 다들 가는 길을 벗어나 일반적인 궤도 밖으로 벗어났다고 해서 꼭 길을 잃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리로 갈지 저리로 갈지 모른다는 것은 곧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뜻하기도 한다. 오히려 나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내 마음에 쏙 드는 무엇인가를 우연히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행할 때 발길이 가는 대로 걷다 보면 우연히 좋은 사람, 좋은 공간,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마주치게 되는 것처럼.

결국엔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되든, 생각 없이 내 앞에 놓여진 길을 걷는 것과, 잠깐 멈춰서 이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아예 길 밖으로 가볼까 고민해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선택은 늘 어렵고 지금과 달라지려 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이런 Disruption이 결국은 변화의 시발점이 된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그리고 나의 자발적 방황을 응원하고 싶다.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자유로워지는 시대

사실 이런 고민은 이미 퇴사를 한 나와 같은 자발적 백수?들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더불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은 내 주변만 해도 무지하게 많다. 이 고민은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 없는지와도 상관이 없고, 나이와도 상관이 없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있더라도 언젠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나만의 일, 나만의 것’에 대해 우리는 욕심을 내게 된다.

지금처럼 ‘퇴사’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다시피 한 시대가 있었을까.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 탓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평생 직업이 사라지고 있고, 모바일과 SNS를 통해 개개인이 점점 매체화되고 있으며, 모든 것에 있어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서 ‘큐레이션’, 즉 선택하는 기술이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츠타야 서점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는 <지적 자본론>에서 이 시대를 ‘서드 스테이지‘라고 부른다.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결국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간도 없고 선택지도 많은 상황에서 ‘선택하는 기술’은 고객의 가치를 높이고 경쟁자들 사이의 우위를 만든다.

모바일과 SNS라는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선택지가 너무 많아 중요해진 ‘큐레이션 능력’. 이 두 가지 요소는 진정성과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 공간, 사람에게 전에 없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이야기는 SNS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빠르게 세상에 퍼져 나가며, 그 스토리가 진정성 있고 구체적일수록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간을 찾아가거나 기꺼이 지갑을 연다. 공장에서 같은 상품을 찍어내어 가격만 보면 되었던 시대와 달리 우리는 브랜드의 영혼을 보게 되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곧 내가 누구인지와 직결시킨다.

일을 한다는 것에 있어서도, ‘그냥 하는 만큼 돈만 주면 돼’라는 생각보다도 ‘내 시간을 쓰는 거니까 배우는 게 있으면 좋겠어. 그 시간을 통해서 나는 얼마큼 성장했으면 좋겠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더불어 ‘내가 하는 일’ 역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때문에 연봉과 복지 같은 단순 외적인 조건보다도 회사의 철학이 무엇인지,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회사에서 스스로 얼마큼 성장할 수 있는지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시대에서 고객도 직원도 회사도 모두 영리해졌다. 우리는 What보다 Why에 움직이게 된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시대적 변화를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느끼며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자유로워지는 것을 꿈을 꾸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시대는 이런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장 “나다워지는 것”이 곧 최고의 경쟁력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스스로 디자이너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지적 자본론>에만 나오는 내용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은 거의 10년 전부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든 뭐든 이 시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아티스트는 꼭 예술이나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아티스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스 고딘이 말한 아티스트가 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남들에게 파는 것”이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결국 다른 사람들을 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가장 ‘나 다워지는 것’을 말한다.

이 이야기는 ‘인생’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도 같은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공부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고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 즉 ‘나음보다 다름’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이 브랜드가 얼마나 자기다운가’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브랜딩의 끝판왕 역시 결국은 브랜드의 본질과 직결되는 ‘자기다움’인 것이다.

우리는 가장 자기다워지는 것이 곧 경쟁력인 시대를 살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은 결국 인간의 창의성에서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창의성이 가장 나다워지는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가장 나다워진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이 질문은 곧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인문학이 계속 강조되는 것 역시 what보다는 why가 중요해진, 우리가 철학적이기를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유 의지로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

가장 나다워진다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유시민 작가가 말하듯 나의 ‘자유 의지로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이 원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행동, 즉 나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답을 찾아 자기주도적으로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그 인생은 마음에 그린대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생각은 씨앗이며, 인생이라는 뜰에 뿌리를 내려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최초이자 중요한 요소다.

… 세세한 부분까지 컬러로 상상할 수 있으면 실현된다.”

– 이나모리 가즈오 <카르마 경영> –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카르마 경영>에서 내가 제일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 부분이다. 생각이 씨앗이 된다는 것, 그리고 세세한 부분까지 컬러로 상상할 수 있으면 실현된다는 것. 어떤 생각을 심을 것인지, 그리고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의 모습이 결국 내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창의적인 동물이다. 앞서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어떡하지, 나는 창의력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세상에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왜 우리는 날 때부터 어떤 성향이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이걸 좋아하고 저건 별로 안 좋아할까.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냥’ 좋아하는 것. 누구나 이런 게 하나씩은 분명히 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는 것. 이런 사실만 미루어봐도 우리의 DNA에 창의성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스스로의 인생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나간다는 의미에서 나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자기 인생의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 생각, 내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의 미래를 ‘세세한 부분까지 컬러로 상상해보는 것’이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면 무엇인가.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정말 튀는 인생을 사는 사람. 그냥 녹아드는 게 편한 사람.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듯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두가 제각각일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는 게 머리가 아프고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것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질문은 정해진 답도 없고,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의 만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욕심이 나는 사람은 더 고민을 할 것이고, 아니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전혀 없다. 잊지 말자. 기준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나다워지는 것은 무조건 남들과 다르게 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에게 가장 편한 상태를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방황의 과정을 기록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Creative Living을 찾아서…

방황을 하면 좋은 또 다른 점 중 하나는 미래를 고민하며 나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도 더 많이 읽게 되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니게 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을 통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되며,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기도 한다.

회사를 다닐 때도 나는 운이 좋게도 멋진 분들을 참 많이 만났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인연이 생기며 다양한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이는 여행을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누군가의 이야기는 나의 현재 상태, 그리고 경험과 합쳐져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수많은 만남을 겪으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이것이다.

– 내 주변에는 일찌감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 정석대로 정해진 길을 걸어온 사람들보다 꽤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직업 세계와 가까이 있다가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용기를 낸 사람들, 구불구불 돌아 돌아 Detour를 한 사람들, 회사를 내 회사처럼 다니며 스스로를 ‘ㅇㅇ의 직원’이라고 정의 내리는 사람들, 누구와도 정말 다른 사람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 나이가 의미가 없는 사람들, 회사를 다니면서도 독보적인 취미가 있는 사람들 등등등.

– 이런 이야기들은 나의 방황의 과정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마케팅과 브랜딩 관점으로도 영감을 주었다.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야기는 꼭 ‘스타트업, 디지털 노마드, 아티스트, 창업자’ 이런 식으로 구분되지는 않았다. 공통점이라 한다면 오히려 “인생을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들어나간다”는 것이었다. 방황의 과정을 겪고 행동할 용기를 낸 사람들. 실제로 ‘현재.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며 원하던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고, 모두 다 형태는 다르지만 배울 점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올 한 해를 생각나는 대로 실험해보는 한 해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는 중이다. 이미 3월부터 한 달간 배낭을 메고 나 홀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으며, 9월에는 버닝맨에 갈 예정이다. 요가를 다시 시작했고, 다음 달부터 춤도 배운다. 책을 쓰고 있으며 사이사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 형태의 일들도 알바 형태로 받아서 해보고 있다.

이 ‘사이드 프로젝트’는 나의 수많은 크고 작은 계획과 시도들을 관통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나만의 것을 시작해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다른 스타트업, 공간, 사람’에 대해서 써보기로 했다.

현재 내가 지내고 있는 도시를 기점으로 이 3가지의 카테고리 안에서 사람들의 ‘Creative Living’에 대해 정리해볼 예정이다. 카테고리만 보면 너무 넓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해 나간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 다른 글들과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내가 ‘친구’로서 또는 ‘팬’으로서 옆에서 보고 느꼈던 나만의 관점과 나의 경험으로 인한 인사이트와 결론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우선 내가 가장 익숙하고 잘 아는 서울부터 써볼 예정이고, 유럽과 미국에 여행 갈 계획이 있는데, 이때에도 계속 이어서 써볼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와 베를린과 샌프란에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걸 좀 활용해볼 생각이다.)

부담 없이 시작해보자는 의미에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이름을 지은 후에 굳이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반적인 길을 벗어나 옆길로 새보는 사람들이니까 side?

주류(mainstream)는 아니지만 뭔가 다른 outlier의 의미

SIDE는 Start, Inspire, Dream, Explore가 될 수도 있겠군

어떤 의미에서 SIDE는 내 옆에 언제나 있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라 함은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런 생각들이 들고 프로젝트를 마음대로 기획해보고 정리해보면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고 컨텐츠부터 쌓아가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더 해보고 싶은 일은 조금 더 그 모습이 상상이 될 때 써보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프로젝트의 과정을 낱낱이 이 곳에 공개해볼 예정이다. 다음 편에는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과 내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리빙’이 무엇인지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의 방황하는 과정이 나를 비롯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

‘사이드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